일단, 여전히 "꼴페미" 라는 공격이 횡횡하고 군대VS임신 (또는 여자도 군대가) 처럼, 꿀벅지VS초콜릿복근 이라는 성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은 별로 변한 것 없어 보이지만.....[각주:1]

문제제기가 "언론에서만이라도 쓰지 말아달라"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의 청원에서 시작되었고, 그에 대한 반응도 예전과는 꽤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MBC 아침프로의 진행자가, 예전에는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나 이야기했을 법한 멘트를 날렸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유이가 본인은 괜찮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용어 사용은 또 다른 여성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이런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또다른 성희롱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__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슷한 맥락)


오, 이 멘트에 기운을 받아 생각을 정리해본다.

첫번째 이유, 십대+연예인에게 성을 허하지도 않으면서 섹스 이미지만 찾는 것, 괜찮지 않다. 

소녀시대의 각선미 춤, 카라의 엉덩이 춤을 보고 있으면 넋을 놓게 된다. 그녀들이 생생하게 뿜어내는 그 에너지와 예쁘고 예쁘고 예쁜 모습에, 나조차 정신줄 놓고 보게 되는데.. 하물며 남자들이야.. [각주:2]

소녀시대가 핫팬츠에 하이힐을 신고 각선미를 휘날리며 "난 너의 지니야. 소원을 말해봐"라고 노래한다. 밀리터리룩을 입은 소녀들. 성적환상이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 ( "로리타"는 차마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비밀스런 그 무엇이었는데, 이름도 당당히 소녀시대라 지어 그 경계도 대담히 무너뜨려주었다)

그녀들은 무대에서 내려오면 한껏 청순하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또 인기 비결이다. "청순한 글래머"라는 모순된 표현이 2009년판 소녀시대로 진화했다. 

이 사진을 실은 기사 제목은 "섹시한 뒷태"



그런데 참 이상하지. 소녀시대가 그렇게 한껏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데, 그녀들에게는 섹스가 허용되어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 이유에는, 몇 년 전 연거푸 생겼던 *양 비디오 사건들 때문이다. 섹시한 이미지로 사랑받던 여성 가수와 배우들은 섹스 동영상이 퍼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녀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는 것이 무슨 이유로 비난받아야 하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유출한 사람보다 피해자인 그녀들이 다시 한 번 비난받고 도망쳐야 했다. 그녀들의 몸놀림과 의상과 노래에 온갖 섹스 코드가 들어가 있는데, 그녀들이 섹스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모순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에 괜찮지가 않다. 유이의 허벅지를 꿀이라고 부르며 성적 이미지를 찬양한다면, 소녀시대의 각선미와 카라의 엉덩이를 찬양한다면, 그녀들의 사랑도, 성생활도, 과거 상처받았던 *양들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 권리는 허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모습만 보려고 하기에 성적 "대상화"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십대들의 성에 대한 우리나라의 모순된 태도를 생각하면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십대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 하나 하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섹시한 모습을 갖도록 권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두번째 이유, 성적 대상화 습관이 다른 관계에도 스며드는 것, 괜찮지 않다.

관련기사 - '꿀벅지 사용금지' 논란 뜨겁네~

유이, 그녀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게 정말 괜찮을지는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YES"라고 할 때는, "NO"라고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면 그것이 진짜 "YES"이다.
암만 봐도 유이는 꿀벅지를 "NO"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아니면, 실제로 그녀가 꿀벅지를 칭찬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하다. 그녀 잘못도 아니다.
그녀는 섹시하다가 칭찬인 사회에서 살고 있고, 대표적인 섹시 아이콘으로 여러가지 경제구조[각주:3]를 창출하고 있으니까. 이뻐 보이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쁘다고 하는 건 아무 문제 없어 보이니까. (다만 그녀는 "국민여동생"이 더 좋을 거 같긴 하다. 라고 하면서 품격있는(?) 표현을 살짝 요청하긴 했다.)

그런데 이걸 아무 성찰 없이 받아들이고 언론에서마저 "꿀벅지"같은 표현을 자유로이 쓰면 곤란하다. 유이는 자신의 이쁜 허벅지를 일부러 드러낸 거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노골적인 시선과 표현이 익숙치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마냥 칭찬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세바퀴의 여성 출연진들이 납성의 복근을 쓰다듬는 것이 마냥 재밌지만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꿀벅지"를 비롯해서 "섹시하다"를 칭찬으로 당연히 여겨버리는 것 때문에, 칭찬이라는 이유로, 분위를 원만하게 한다는 이유로 성적인 표현이 노골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순간에 그것이 드러나게 되기도 한다.
 
면접관이 면접에서 "사진보다 실물이 훨 낫네요" 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전신 사진을 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어" 로 이어지는...이런 멘트를 날리는 경우가 있다. 그는 칭찬으로 하는 말이지만..."공적"인 공간에서 능력과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여성으로 보이는 순간 당황하게 된다.
교육을 하는 여성에게  "결혼했냐, 애인있냐"라는 질문하는 것은 분위기를 친근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 이외에 자신이 한 교육내용을 가지고 이야기가 되지 않는 것이 속상할 수도 있다.[각주:4]  

섹시하다, 까지 표현하지 않더라도.... 젊은 여성이 일을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상대방이 일하는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젊은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보기 때문 이다. 그래서 또 성적 "대상화"라고 하는 것이다. MBC 아침프로의 진행자가 한 멘트는 이런 뜻이 아닌가 한다. 꿀벅지라는 단어에 대해서 사회 구성원이 무비판적으로 사용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언론이 퍼뜨리는 것도 용인되는 사회라면, 그 단어를 듣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절대 NO라고 이야기할 수없는 사회가 될테니까. "꿀벅지"가 모습을 바꿔서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꿀벅지"라는 단어는 성인 남성, 이성애자가 주로 사용하는 성적 판타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성에 대한 관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꿀벅지가 심상치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대다수는 알아차리리라.  "꿀벅지"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함의가 얼마나 주류의 입장에서 성적으로 노골적인지 고찰이 없고, 단지 "칭찬이었다"라고 하고 넘기는 것은 그래서 괜찮지 않다. (꿀벅지의 성적 함의에 대해서는 Noname 님의 글  http://azuremaya.egloos.com/5078081 참조.)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 참 예뻐, 당신 참 섹시해,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른... 아름답지 않은 말을, 적어도 언론에서는 쓰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닐까.

  1. 박재범 문제를 비판하는 글에는 빠순이, 군대 문제에는 여성 징집요구, 꿀벅지가 성희롱이라는 이야기에는 그럼 남자 아이돌은! 이라고 대응하는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에만 주목하게 한다. 그러면서 처음에 시작했던 이야기는 못하게 되고, 오로지 저 문제만 남게 된다. [본문으로]
  2. 얼마 전, 소녀시대 콘서트 티켓 때문에 3~40대 "삼촌"들이 백화점에서 40만원 이상 구매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뭐, 그들 중에도 빠순이를 욕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유이의 소속사는 그녀가 꿀단지일 것이고. 유이를 모델로 세운 소주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뛰었다더라. 이건 그녀 개인의 성공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4. 예시로 든 것이 설명이 부족해서 오해하는 분들이 많네요. 9월 29일 오후 4시 23분에 설명을 추가해서 수정했습니다. [본문으로]
by 땀c 2009.09.25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