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려령 (창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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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첫 머리는 중 1 소녀의 죽음이다.

착하고 밝은 천지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도 버거운데...
천지가 그동안 혼자 감내하며 속으로만 쌓아가던 이야기들은 더 읽기가 힘들다.

"완득이" 작가의 발랄하고 개성있는 문체를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다. 재치있는 대사들은 여전했지만, 천지의 상처가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스산한 마음이 들어 책장을 넘기는 것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은 두 종류였다. 천지와 같은 내 안의 상처가 건드려지는 두려움. 그리고 내가 천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과 같았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전혀 다른 두 개의 두려움이 사건이 진행될 때마다 번갈아 다가오니 책을 읽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다 읽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도, 잔상은 오래 남았다.

책을 읽고 나서 며칠 후, 당원 성평등 교육에서 '폭력의 피해, 가해 경험'을 체크해보았다. 나는 피해경험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가해 경험도 만만치 않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연'과 '미라'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나 자신에게 우아하게 거짓말을 하며 살고 있었던 게다. 사람의 뇌란 참 이기적이어서, 내가 저질렀던 가해의 경험을 마치 없던 일처럼 만드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스스로 숨긴 가해의 경험을 깨닫는 것
그리고 피해의 경험에 안부를 묻는 것....
이 성장소설이 해내는 역할일 듯 하다.

혹시 내 어렸을 적과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 작가의 말 중에서

by 땀c 2010.03.21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