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빛나던 지식의 별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9일 방송된 KBS2 <스펀지 2.0>에서는 "가슴이 커지는 벨소리"가 소개되었다. 일본의 심리학자 히데토 토마베치라는 사람이 발명한 것인데,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뇌에서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젖샘이 발달, 가슴이 커진다는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연예인이 하루 20회씩 '가슴을 생각하며' 2주간 이 벨소리를 듣자 가슴이 0.2cm 커졌단다. 방송 후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발빠른 음원회사는 기존에 나와있던 아기 울음 벨소리를 '가슴이 커지는 벨소리'로 이름을 바꿔서 내보냈다.

"가슴이 커지는 벨소리가 있대!"

"정말? 들어봐야겠는 걸?"

이렇게 가볍게 웃으면서 넘어갈 수도 있다. '예뻐질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냐?'라며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심정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찝찝함은 무엇일까.

실험에 참가한 연예인 김지혜는 농담처럼 말했다. 자신은 가슴이 작아도 그다지 마음 고생이 심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자고로, 농담이 재미있는 이유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여성들의 가슴을 향한 열망이 어디로부터 시작되는가, 그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욕망이 나를 망친다



<스펀지 2.0>에서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가슴 사이즈가 평균 75A~80A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방송에서는 이것이 마치 "안타까운 현실"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현실"인 것이며, 대한민국 여성들의 "자연스러움"일 뿐이다.

"자연스러움"을 거부하는 것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한다. 영화 <색, 계>가 상영 당시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주인공 탕웨이가 정사신에서 당당히 보여주었던 소위 '겨털(겨드랑이 털)'이었다. 탕웨이의 '겨털' 때문에 정사신에 전혀 몰입이 안 되었으며, 성적 감흥을 못 느꼈다는 영화 감상 후 뒷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다.

몸에서 나는 털은 다 이유가 있어서 나는 것일 텐데, 특히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여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겨드랑이 털을, 우리는 혐오한다. 여성들은 데이트 전, 옷 입기 전, 점검하고 삭제한다. '외모' 혹은 '사회의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하는 이런 일들은 귀찮을 뿐 아니라 피부에도 몹쓸 짓이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란, 개인 한 사람이 벗어나기 매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위력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고,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향한 개인의 노력은 "열정"인 것으로 칭찬받는다. 그런 '열정'이 없으면, 그 사람은 암묵적 또는 가시적으로 도태된다. 이 현상은 특히 가진 것 없는 사람일수록 속박하고, 그 기준도 매우 충족하기 힘들다. 가슴은 키워야 하지만, 살은 빼야 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알고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속박은 대부분 "자기 검열"의 형태로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 그것이 자신의 선택인 것으로 착각한다. '가슴이 커지는 벨소리'를 하루에 20회씩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듣고 싶어지는 것은, 정말 나의 욕망일까.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욕망에 내가 맞춰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의 평균은 어쩔 수 없는 75A, 또는 80A이며, 살이 찌면 가슴도 커지고 살이 빠지면 가슴도 작아지는 자연인일 뿐이다. 자기 검열이 심해지면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에 빠진다. 그건, 나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슴이 커지는 벨소리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내게, 한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있는대로 살아~" 

정답이에요, 언니.


by 땀c 2010.04.13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