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한국시간), 프로골퍼 양용은 선수가 다음과 같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미 골프 다이제스트의 덴젠킨스 기자가 금요일 자신의 트위터에 " 양용은 잘치네, 어제 밥 내 중국음식 배달해 줬는데" 라고 해서 지금 미국 아시아 사회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기분이 매우 불쾌한데 코리페빈(라이더 컵 주장) 부인이 아시아 계여서 저보다 먼저 많은 언론인들에게 댄젠킨스 보이콧 운동을 하고 있네요. 언제쯤 이런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과 멸시적인 발언이 없어질지...

양용은 선수는 "미국 아시아계 단체 또는 시민단체에서, 언론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함께 싸웠으면 좋겠다" 라고 덧붙였다. 양용은 선수의 적극적인 반응으로, 댄 젠키스 기자는 트위터의 내용을 삭제하고 골프 다이제스트는 "양용은(Y.E. Yang)의 이름이 중국음식 체인점인 P.F. Chang과 유사해서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다"라고 해명을 했다. 그다지 해명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아시아계는 모두 비슷해보인다는 그들의 속내를 더 드러내는 듯 하다.

양용은 선수가 소수 인종과 시민단체의 연대를 호소할만큼, 이것은 양용은 선수 자신만 겪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특히 골프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이 흑인과 여성의 출입을 제한한 것 때문에 올림픽 종목에서 탈락한 전적이 있는 만큼 폐쇄적이다. 인종에 대한 멸시 섞인 농담과 차별은,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시아계 시민들이,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편견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상 겪는 문제이다. 늘상 반복되던 문제에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양용은 선수의 모습은 그래서 소중하다.

그런데, 양용은 선수의 모습을 보는 순간 차별받는 아시아계로서 함께 분노했던 우리들은, 양용은 선수가 비판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의 모습에서 자유로울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차별로 피해받기 보다는 차별을 하는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정이현 소설 "너는 모른다"의 한 장면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어머니가 화교인 소녀는, 동네 아이들로부터 "너네 나라 가서 짜장면이나 먹어라, 짱깨야"라는 모욕을 받는다. 소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전화를 하며 "아무튼 골 때리는 짱깨놈들이라니까"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짱깨"가 무엇을 뜻하는지 묻는다. 그러자, 소녀의 아버지는 누가 그랬냐며 몹시 흥분한다. "짱깨"를 무시하던 소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부인과 딸이 "짱깨"라고 무시를 당하자 화를 낸다.

한국 사회에서 화교는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이방인이다. 재일교포ㆍ재미교포들이 미국에서 겪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재일교포와 재미교포에게는 감정이입을 잘 하면서,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화교와 유색인종인 외국인들에게는 호의적이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양용은 선수가 겪었던 일보다 더한 것들을 저지르고 있지 않나.


영화 '반두비'에서, 방글라데시에서 온 카림은 자국에서는 영어 실력도 뛰어난 대학생이고 성실함까지 갖췄지만, 한국에서 날라리로 살아가는 백인 영어회화 강사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받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카림이 옷을 사면, 옷가게 직원은 그와 손이 닿을세라 거스름돈을 바닥에 밀어준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의 옆에 앉는 사람도 드물다.


카림은 피부색이 어둡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은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때로는 범죄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타인이 만들어놓은 배타적인 편견 때문에 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의 범주가 적다.

양용은 선수는 자신이 가진 겉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하는 일을 토대로 평가받기를 원했을 것이다. 양용은 선수가 바라는 것이 옳다면, 카림이 우리에게 같은 것을 바라는 것도 옳다. 댄 젠킨스 기자가 틀렸다면, 우리가 카림에게 덧씌운 편견과 차별도 틀렸다.

양용은 선수는 그나마 인종차별에 당당하게 문제제기라도 가능하고, 그 문제제기가 존중받는다. 이 땅에서는 아직 그것도 요원하다. 우리가 진짜 비판해야 할 것은,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은 아닐까.


by 땀c 2010.04.17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