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은 꽤 재미있다. 박개인(손예진 분)의 독특한 패션 감각과 맛깔스럽게 날려주는 대사에는 배를 잡고 웃게 되고, 전진호(이민호 분)의 까칠하면서도 부드러운 마음 씀씀이를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박개인의 변화되는 모습과 더불어 박개인과 전진호의 러브라인도 시동이 걸리기 시작하니 점점 빠져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이 감칠맛 나는 드라마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장면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드라마에 빠져들 수가 없어 안타깝다.
 
성소수자에 대한 호감과 오해 사이의 아슬아슬 줄타기



전진호가 엄중히 그러지 말라고 경고했고, 스스로도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반복되는 박개인의 아웃팅. 전진호는 드라마상에서 실제로는 게이가 아니고 박개인도 아웃팅은 나쁜 것이라고 인지하고 사과를 하지만, 사실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굉장히 끔찍한 상황이다.
 
동네 갈비집에서 "게이다"라는 것이 밝혀지고, 업무상 관계자도 그 이야길 들었다. 전진호가 실제로 게이였다면 그가 감당해야 했을 타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아웃팅은 범죄다"라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아웃팅이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재미있는 에피소드감이 될 수는 없다.
 
최 관장(류승룡 분)이 당한 아웃팅은 더 끔찍한 것이다. 한창렬(김지석 분)은 우연히 친구를 만나 최 관장의 성정체성을 듣게 된다. 그리고 최 관장이 듣는 앞에서, 전진호에게 "너, 남자도 아니었어?"라고 몰아붙인다. 아, 끔찍해라.
 
그런데, 개인은 진호가 더럽다고 이야기하는 창렬에게 이야기한다.
 
"더러워? 진호씨가 왜 더러워.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데. 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도 없는 인간이잖아. 그런 니가 뭔데 진호씨를 더럽다고 얘기해."
 
한창렬로 대표되는 호모포비아들을 향한 따끔한 비판이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바일 수 있다. 하지만 진호의 동료인 상준(정성화 분)이 어설프게 게이 흉내를 내며 "사실은, 저 '퍼펙트한' 남자입니다"라고 밝히고 싶어하는 장면이 신경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성소수자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내는 점에서 꽤 괜찮은 드라마라고 생각되면서도, 막상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보기에 불편할 장면들은 아슬아슬하게 몰입을 방해한다. 몰입을 방해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여자 만들기"가 아니라 "당당한 사람으로 살기"였다면
 
개인은 창렬에게 "성인 여자로 느껴지지 않았다"라는 말을 듣고, 진호에게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들은 남자를 애태우는 여자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여자들이 왜 약속시간에 10분씩 늦는지 알아야 진정한 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남자 앞에서 게걸스럽게 먹는 여자, 매력있을 거 같아요? 고기한테 환장한 여자도 매력 없거든요?"

 
진호는 개인에게 우아하게 걷고, 남자를 기다리게 해야 하며, 데이트할 때는 깨작거리며 먹어야 하고, 남자가 만나자고 했을 때 바로 뛰쳐나가면 안된다고 가르친다. 진호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데이트 규범이다. 데이트 규범이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존재한다.


남성은 여성을 리드해야 하고, 능력있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규범이 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이런 데이트 규범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은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이런 데이트 규범을 정당화하고 확산하는 것으로 보이는 드라마의 장면은, 마냥 재미로만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의 전개를 보면, 진호는 개인에게 전형적인 여성성을 가르치면서도 개인의 진짜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진호가 개인에게 정말로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애는,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을 지켜주는 거예요."

진호는 개인에게 제발 배려와 헌신만 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자신의 주장을 가지고 당당한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한다. 여성에게 순종과 헌신을 바라는 전통적인 관념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 드라마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바는 무엇일까? 헷갈리면서도 기대를 하게 만든다.

<개인의 취향>은 사랑스러운 등장인물에 빠져드는 전개 등으로 상당한 매력을 갖춘 드라마다. 하지만 아슬아슬 줄타기에서 발을 헛디뎌서 드라마에 호감을 가지게 된 나와 같은 시청자들을 슬프게 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생긴다.

* 이 글은 주권닷컴, 오마이뉴스로도 발행했어요.

by 땀c 2010.04.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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