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해고된 상태입니다. 여러 가지로 억울하고 부당해고라고 생각되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려고 합니다. 회사에 인사규정을 요구했더니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용자에게 인사규정을 보여달라고 할 때는 가급적 구두가 아니라 내용증명으로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사용자가 규정을 보여주지 않는 정황에 대해 자료를 남겨놓는 것이 좋기 때문인데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게시해서 노동자에게 주지시킬 의무가 있다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규칙을 사업장에 게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관할 노동사무소에 고소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에는 해고의 사유 및 절차 등을 정하도록 되어 있고, 이것을 지키지 않은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셨다면, 담당 조사관에게 회사가 노동청에 신고한 취업규칙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 회사에서 징계 등에 처해졌고, 아직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 규정을 알고 싶으시다면, 회사 주소지 관할 노동청에 가서 해당 회사에 재직중인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히고 회사에서 신고한 취업규칙을 보고 싶다고 열람을 요청하면 됩니다.

회사 주소지 관할 노동청 찾기 - http://www.molab.go.kr/view.jsp?cate=5&sec=4&smenu=2


by 땀c 2010.06.26 11:26

 

민중의소리에서 운영하는 '노동방송국' 에서 특집 기획으로 노동법 상담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노동자를 위한 용도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합니다. 촬영할 때 상당히 쑥스러웠는데, 다시 보니 역시 본인은 직접 볼 것이 못되는군요....^^; 

회사에서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로섬 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일부 직원은 임금 수준이 높아지지만 다른 직원은 임금 수준이 이전보다 낮아지게 됩니다.
회사는 취업규칙 동의서라는 것을 만들어서 팀장을 통해 직원들이 서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들 동의서명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찍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업규칙 동의서가 과반수를 넘어서 제도가 시행하게 될 것 같은데 동의절차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는 방법은 없나요?

회사의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 전반을 기록해놓은 내부 규정, 흔히 사규라고 불리는 것을 근로기준법에서는 '취업규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취업규칙은 불리하게 개정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함부로 변경할 수 없도록 법에서 정해놓은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입니다(근로기준법 제94조).

이 때 "동의"란, '집단적인 회의방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결정해야 하고, 사용자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 변경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개별적으로 회람시키고 서명하게 하거나, 근로자 전체를 소집한 상태에서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사항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나누어 준 뒤 개별서명을 회수하여 합산하는 방식 등은 사용자가 은근히 동의를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동의방식을 거쳐서 결정된 근로조건은 무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무효를 주장하고자 하신다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서명이 이루어졌으므로 무효라는 내용을 사용자에게 내용증명을 통해 통지하고, 동일한 내용에 직원들의 연서명을 받아서 자료로 준비한 뒤 노동부 진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죠. 개별 직원이 혼자서 실행하기도 어려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근로조건이 상당한 부분 침해된다고 느껴지신다면, 의견이 동일한 분들을 모아서 실행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이전에 사용자와 이런 내용으로 우선 협의를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0명 이상의 직원을 사용하는 사업장은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노사협의회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고, 노동법 상담소 등에서 의견서를 받아서 사용자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노무법인 나무 팀블로그 레이버로그로도 발행했습니다.


by 땀c 2010.01.22 17:56

언론악법 관련 헌재 결정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습니다. "절차상 위법하지만, 법안은 유효하다." 헌재 놀이가 대한민국을 휩쓸었죠.

그런데, 2009년 10월, 또다른 헌재의 결정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아무도 관심 없는 비정규직에 관한 일이라, 이 결정은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했죠.

특수경비원은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는 보안검색을 담당한 "특수경비원"이 있습니다. 이들은 '청원경찰법'상의 청원경찰과는 좀 다릅니다. 청원경찰은 공무원과 유사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그저 용역업체의 직원일 뿐이고 임금도 최저수준입니다. 인천공항에서 인건비를 반으로 줄이려고 기존의 청원경찰을 외주화로 돌린 것입니다.

그런데, 경비업법은 특수경비원은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경비업법>

제15조(특수경비원의 의무) ③ 특수경비원은 파업,태업 그 밖에 경비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8조(벌칙) ④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15조 제3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쟁의행위를 한 특수경비원

헌법은 제33조에서는 노동자의 노동3권을 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을 가진다.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③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경비업법 제15조 3항은 헌법 제33조의 노동3권뿐 아니라, 행복추구권, 평등권, 집회결사의 자유 및 단체행동권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결정이 나던 바로 그 날, 이 헌법소원심판도 기각이 되고 맙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특수경비원은 소총과 권총 등 무기를 휴대한 상태로 근무할 수 있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노동3권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단체행동권 중 '경비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국가나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중요시설 운영에 안정을 기함으로써 얻게 되는 국가안정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의 공익이 매우 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경비업법 제15조)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특수경비들이 하는 일이 인천공항이라는 중요한 시설을 총들고 지키는 일이니, 파업 못하도록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 없다, 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1년 중 1~2회 훈련할 때 이외에는 총을 만져볼 기회가 없고, 가스총만 휴대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경비원이 하는 주된 일은 "경비업무"인데, "경비업무와 관련한 쟁의행위"를 금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의 일부만 제한하는 것이라는 헌재의 논리도 해괴합니다. 게다가 쟁의행위라는 것은 파업, 태업, 점거, 준법투쟁, 피켓팅 등등을 포괄하는 것인데, "일체의 쟁의행위"라고 해서 모든 단체행동권을 100% 제한하고 있습니다. 



단체행동권을 이렇게 '전면' 제한하는 사례는 없다

인천공항이 중요한 시설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단체행동권을 일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전면 제한하는 것은 사실 지나친 것입니다. 법률 용어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예를 들어, 병원, 한국은행, 철도 같은 사업은 "필수공익사업"이라고 따로 정해서, 쟁의행위를 할 때 "필수유지업무"의 수준을 정해서 일부만 유지하면 쟁의행위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철도 파업했을 때 어느 정도 파업의 효력이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이죠.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대한 비판은 별론으로 하구요..) 국민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고 해도, 다른 방법으로 제한이 가능한데도 특수경비원과 같이 전면 금지하는 것은 너무한 것입니다.

헌법에서 "예외"로 정하지도 않았는데 예외 취급

노동3권에도 "예외"는 있어서, '공무원'과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단체행동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도록 헌법 33조는 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파업을 맘대로 할 수 없는 건 '헌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헌법유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특수경비원들은 헌법에서 단 한 글자도 예외라고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단결권은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단체교섭권은 사용자와 교섭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사용자와 노동자 1인의 힘을 비교해보았을 때 사용자가 절대 우위에 있으므로 이렇게 집단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그 힘의 우위를 이용하여 단체교섭이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위해 노동자에게 보장한 것이 단체행동권입니다. 단체행동권이 없으면 단체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사용자가 여러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그대로 끝일 뿐입니다. 결국, 헌재의 저 결정은 노조의 존재의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결정 인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9인의 재판관 중, 3인이 이 결정에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그 내용을 첨부합니다. 6:3의 의견이 3:6으로 뒤집힐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요?

더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아웃소싱의 모델'이라 하여 외국의 기업이 배우러 올 정도로, 외주화를 과도하게 행했습니다. 인천공항을 운영하기 위해 항상, 반드시 필요한 인력을 용역업체에 도급주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법적으로는 답이 없는 싸움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사실, 답이 있는데도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어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이 있어요. 인천공항을 구성하고 있는  87%의 비정규직은 우리의 현재이기도, 미래이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 인천공항 비행기는 ‘하청 노동자’가 띄운다



* 이 글은 주권닷컴, 레이버로그 로도 발행했습니다.

by 땀c 2010.01.21 17:13
* 이 글은 월간 <노동세상> 1월호에 보낸 글입니다. 노동자를 위한 용도로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근무시간은 어디까지일까?

근무시간이다, 아니다, 이것이 노동자와 회사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근무시간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임금이나 시간외수당을 지급할 수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회사에서 일을 한 시간은 당연히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용자들은 갖가지 꼼수와 편법으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A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전 근무를 하는 1조와 오후 근무를 하는 2조로 나누어서 근무를 했습니다. 오전 근무인 1조에 배치된 야채, 청과 파트의 노동자들은, 일명 “조출(조기출근)”이라고 불리는 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이 9시 30분부터인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조출을 위해서는 8시까지 출근해야 했습니다. 조출을 해서 하는 일은, 고기를 포장하거나 야채 중량을 달아 진열하는 등, 개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업무였습니다. 조출을 하는 것도, 조출 후에 하는 일도 회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고, 조출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불이익이 얼마든지 예상되기 때문에 조출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계산대를 담당한 캐셔들은, 정규 근무 시간이 끝나고 나서 30분 정도 정산을 해야 했습니다. 정산도 ‘계산’이라는 업무에 당연히 따라오는 업무였고, 안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산 후에 유니폼을 갈아입고 퇴근하면 항상 근로계약서상의 근무시간보다 30분 이상은 초과됩니다.

A마트에서는 직원들에게 반드시 서비스 교육을 받도록 지시하고 있었는데, 교육은 근무시간 이외에 이루어졌습니다. 교육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듣도록 되어 있었고, 자신이 휴무인 날도 교육일정이 정해지면 아침 일찍 출근해서 교육을 받고 돌아야가 했습니다.

정산도 일인데 왜 돈 안주나

조출에 대해서는 조출수당으로 2천원만 지급될 뿐이었고, 정산시간과 교육시간에 대해서는 전혀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먼저, 조출 시간에 대해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해줄 것을 노동청에 진정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조출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었고 제공하는 업무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예상되는 것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지급받지 못했던 최근 3년간의 시간외 수당에 대해서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육시간과 정산시간에 대해서는 현재 노동부 진정을 준비 중입니다.
교육시간은 업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회사의 지시에 의한 교육이고 노동자는 이것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부도 명확하게 인정하고 있는 내용입니다(노동부 행정해석 : 근기 1455-12429 1970.12.29.).

그러나 정산 시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정산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정산은 회사가 지시한 업무가 아니며, 계산이 맞지 않는 경우 그 손해를 담당 계산원이 메꿔야 하기 때문에 회사가 시키지 않아도 계산원들이 알아서 정산을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옳지 않습니다. 캐셔는 폐점시간인 22시까지 계산대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22시가 넘어야만 계산대를 나올 수 있고, POS를 정리해서 준비금과 매출액 내역 등을 뽑아서, 데스크에 제출하고 맞춰보는 시간이 최소 2~30분입니다. 유니폼은 그 이후에나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 시제가 맞지 않을 경우 그 손해액을 해당 직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정산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근무 중 입고 있던 유니폼은 A마트가 입도록 지시한 것이므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행위도 직원에게 의무화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즉, 계산 업무 종료 후 정산을 하는 시간,  유니폼을 갈아입는 시간 등도 모두 근로시간이라고 봐야 합니다(대법원 1993.3.9. 92다22770).

마음이 급해진 회사의 꼼수

기가 찬 것은, 조출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고 난 후의 회사의 대응입니다. A마트의 ㄱ지점에서 조출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라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나오자, A마트 ㄴ지점의 노동자들도 조출 시간에 대해서 근무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진정을 했습니다. 그러자 회사가 이상한 논리를 펼쳤습니다. 시간외 수당을 지급해왔다는 것이죠.

사건의 진상은 이렇습니다. ㄱ지점의 노동자들이 진정을 제기하자, A마트는 진정이 들어간 달부터 급여명세서의 “업무수당”을 “시간외수당2”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이제껏 지급되어 왔던 업무수당이 조출에 대한 시간외수당으로 지급된 것이라는 겁니다. 누가 봐도 노동청에 진정이 들어가자 급하게 처방했던 사측의 꼼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업무수당이 조출에 대해 지급된 것이라면 처음부터 그런 명목이라는 것을 명시했어야 하는데, A마트의 직원들은 당연히 금시초문입니다.

업무수당을 조출에 대한 수당으로 변경하는 것은 업무수당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출에 대한 수당은 법에서 당연히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최저 기준입니다. 업무수당은 사용자가 애초에 조출 수당이 아닌 별도의 명목을 임의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업무수당을 없애려면 직원들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런 절차도 당연히 거치지 않았습니다. (s지점 직원들의 진정은 현재 진행중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권리에 눈 뜨면 현실이 달라진다

그동안 A마트에서는 1분이라도 지각을 하면 벌금 5천원을 내고 3시간 무급 연장근무를 하도록 했습니다. 지각한 시간 이상의 임금을 공제하거나 지나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법 위반입니다. 이에 대해서 A마트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최근 이러한 관행은 사라졌습니다. 노동자들이 권리에 눈을 뜨자 현실이 실제로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계약직이어서, 1년이 지난 후에 사측의 보복성 계약 해지 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움과, 너무나 미약한 법의 보호 때문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는 방법을 알게 된 이들은 반드시 뺏기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 이 글은 노무법인 나무의 팀블로그 "레이버로그"로도 발행했습니다. 

by 땀c 2010.01.20 13:42

하이킥의 봉실장이 짤렸습니다.
봉실장에게 차마 해고 통보를 하지 못하고, 울부짖는 정보석의 모습이 엉뚱하게 진지하기도 하고 영화 "약속"의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기에 그 익살스러운 연출이 재밌기도 했지만....

봉실장을 향한 그의 미안한 마음은 아마 진심일 것이기에 그 장면이 마냥 재밌지만은 않았습니다.

봉실장은 이순재에게 술먹고 대들었다는 이유로 짤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봉실장의 해고는 "법적으로" 정당할까요?
정답은 근로기준법상의 "부당해고"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려면 (1) 해고의 사유가 정당한가,  (2) 해고의 절차가 정당한가, (3) 해고라는 처분을 하는 것이 적절한 정도의 처분인가, 이 세가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1.  사장에게 술 취해서 대들었다는 것이 해고 사유가 될까?

봉실장은 신년회식 자리에서, 정보석에게 머리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반발하며 거칠게 따집니다.
물론 이순재는 회사의 대표이고, 아무리 회식 자리라고는 하지만 회사의 대표에게 단정치 못한 태도를 보이고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징계의 사유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해고의 사유'라고까지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해고의 사유가 되려면, 회사의 '취업규칙'(사규라고도 하죠)에 그 사유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이순재 F&B의 사규도 확인해보아야겠습니다만, 사회통념상으로 생각해봤을 때도 술자리에서 사장에게 한 번 대들었다는 것이 해고사유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2. 정보석이 봉실장에게 편지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해고 절차를 제대로 거친 것일까?

신년회식 다음날, 이순재는 정보석에게 봉실장을 짤라버리라고 이야기합니다. 회식 자리에서의 잘못도 있지만, 봉실장이 정보석의 자리를 노리고 있고 언젠가는 이순재와 정보석의 뒷통수를 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면서요.

정보석은 차마 봉실장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고, 편지를 써서 술취한 봉실장의 가슴에 집어넣습니다.

이순재 F&B는 꽤 규모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사규에서 최소한의 징계절차를 정해놓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징계절차는 보통 인사위원회 참석 통보(징계사유와 위원회 일시 기재), 인사위원회 개최(소명기회 부여), 징계 결과 통보, 재심 청구 기회 부여 순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절차 중 사규에 정해진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사규에 정해놓은 절차가 없다고 하더라도, 봉실장은 최소한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변명을 할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그리고 봉실장이 회식에서 실수를 한 바로 다음 날 해고가 결정되었다는 것도 심각한 절차의 하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정보석이 봉실장에게 준 편지(?)의 내용도 중요한데,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써있다면 적법한 해고 통보가 아닙니다. 해고사유와 해고 일자를 정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덧붙여, 근로기준법은 해고를 하는 경우 30일 전에 해고 예고 통보를 하도록 되어 있고, 예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3. '해고'라는 처분이 적정한 정도의 징계인가?

봉실장의 행위가 징계사유가 된다고 해도,  시말서나 경고 정도의 처분으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징계는 보통 견책(시말서), 경고, 감봉, 정직, 해고의 종류가 있는데, 이 중 해고는 가장 무거운 징계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사장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노동법의 논리입니다.

정보석이 이순재에게 이야기하듯이 봉실장은 20년 넘게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이고, 그동안 일본 바이어 접대 및 계약 성사 등 중요한 일을 잘 수행해왔던 사람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해고까지 하는 것은 부당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습니다.


오늘 하이킥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람 자르는 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이런 법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이 괜히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한 것은 아닌 것이죠.



봉실장은 미국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고 있는 딸 미선이를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기러기 아빠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정보석이 봉실장을 끌어안고 울부짖을 때, 영화 '약속'도 떠오르지만 유명한 '피에타'상도 떠올랐습니다^^;;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러기 아빠의 아픔을 보듬어주고자 하는 연출이었을까요?

봉실장이 이순재가 아픈 틈을 타서 정보석에게 줄을 서는 모습이 처음에는 얄미웠지만, 그도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느끼고보니 참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사실 정말로 약아빠진 사람이었다면 이순재에게 미움을 톡톡히 받고 솔직히 능력도 인정받지 못하는 정보석에게 줄을 서지도 않았을 것이구요....

덧글)


하이킥이, 연애라인에만 힘쓰는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연애라인이 약해지는 것도 아쉬운 1인으로서...
오늘 하이킥은 정말 스페셜했답니다^^
준혁이의 '유주얼 서스펙트'는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녀오던 때부터 예상이 갔었지만, 다 알고 보는 것도 참 흐뭇하게 이쁘더군요~


* 이 글은 팀블로그 주권닷컴(http://blog.ohmynews.com/peoplepower/)으로도 발행했습니다.


by 땀c 2010.01.04 22:21
실소도 웃음이다. 
29일, 어이가 없어서 화내다가 피식 웃게 만드는 삼성과 MB의 뻔뻔한 개그콘서트를 보았다.

쇼는 29일 오전에 두개의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1신.
정부는 29일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건희 삼성 전회장의특별사면을 통과시킨다. 2MB는 말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과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었다"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듣고 싶은대로만 듣는다.
이건희 사면 이야기가 나온 시점부터 줄창 반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은 게 아니라 그냥 꿀꺽 삼키셨는지?

2신.
29일 오전 10시30분. 한 여성노무사가 출근하던 중 잠복해있던 형사에게 집앞에서 연행된다. 지난 7월23일 삼성전자 수원공장 앞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 황민웅씨의 4주기 추모제를 연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연행된 것이다.
5개월동안 전화로 출두하라는 연락이 왔을 뿐 출두명령서는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체포될 당시에도 체포영장은 없었다. 연행된 노무사는 12월 30일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출석하기로 한 날의 하루 전, 그리고 삼성 이건희의 특별사면이 발표되던 바로 그 시각에 그녀는 연행되었다.


연행된 노무사는 현재는 풀려난 상태이지만, 고것이 더 열받게 한다!
체포가 합당하든 안 하든, 일단 잡아넣고 나서 보자는 것인가.
그녀는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리거나 숨진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서 활동해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삼성에 찍혀있었단 이야기.

"회장님"의 위세와 권위가 대한민국 전역에 확인되는 그 시점, 가장 눈에 거슬리던 그녀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가. 아니면 "회장님"과 MB에게 충성심을 보여주고자 한 종로경찰서의 오버인가. 특별사면된 "회장님"에게 그녀를 잡아서 축하 선물이라도 주려고 한 것이었는가! 아니, 제물인가?! 심사가 매우 뒤틀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그 뻔뻔함.
누가 봐도 특혜인 이건희의 사면을 결정하던 바로 그 시각에,
일하다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들을 위해 일한 사람을 잡아가두는 그 뻔뻔함에
'법치'를 함부로 내뱉는 그 얄팍한 입술에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이 글은 주권닷컴 http://blog.ohmynews.com/peoplepower/  으로도 발행했습니다)


by 땀c 2009.12.30 17:47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땀흘리는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용도의 펌, 대환영^^ 


 

Q. 지각, 조퇴한 경우에는 월급도 공제하고, 연장 수당도 주지 않습니다. 1번이라도 지각하면 주 40시간을 채우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주휴수당을 줄 수 없다고 하고, 한 달에 3회 이상 지각이나 조퇴를 하면 결근으로 친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제재를 가하는 것 아닌가요?


A. 

○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된 근로시간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회사는 노동자가 지각해서 일하지 못한 시간에 대해 임금을 공제할 수 있고, 또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규정한 바에 따라 근무성적 불량 등으로 징계조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업시간과 종업시간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지각을 했더라도 종업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한 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은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부의 입장입니다.

○ 주휴일은 한 주 동안 일하기로 정한 날에 개근을 하면 그 중 1일을 유급으로 쉴 수 있는 법정휴일입니다. 즉 7일 중 6일을 개근하면 나머지 1일은 쉬더라도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주휴일의 부여요건인 "주간 소정근로일수의 만근"은 "근로일"의 만근을 의미하는 것이지 소정근로“시간”의 만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지각·조퇴 등이 있더라도 소정 근로일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소정 근로일수를 개근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고 유급주휴일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지각·조퇴가 3회를 반복했다 하더라도 해당일에 일단 출근은 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모아서 1일의 결근으로 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by 땀c 2009.09.28 18:38

아래 글은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 소식지에 실린 글을 수정하여 옮긴 글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권리를 찾기 위한 용도의 펌질, 스크랩, 링크 등등 모두 환영합니다~

 

Q1. 회사에 일이 없다고, 휴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남은 연차휴가는 자동으로 없어진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 건가요?


A1. 회사가 휴업을 했기 때문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었다면, 연차수당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휴업한 것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고, 노동자의 의사로 사용 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차수당은 노동자가 이를 반납하지 않는 이상 소멸되는 것이 아니므로 소멸시효(3년)이내에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2. 요즘 회사에 일이 없어서 쉬는 날이 많습니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쉬는 날을 연월차로 대체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A2. 연월차는 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억지로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단,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하면 특정근로일에 대하여 연월차를 사용한 것으로 갈음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근로자 대표”란 노동자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다면 노동자들이 투표로 뽑은 대표를 발합니다. 이러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연월차로 대체하는 것은 위법이며 무효입니다. 즉, 연월차를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사용하지 않은 연월차는 수당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 이죠.

by 땀c 2009.09.03 16:23

 
아래 글은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 소식지에 실린 글을 수정하여 옮긴 글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권리를 찾기 위한 용도의 펌질, 스크랩, 링크 등등 모두 환영합니다~

 

우선, 부도가 나면 즉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를 뽑아 전문가와 상담하는 등 대응 준비를 해야 합니다. 회사에 대한 채권을 가진 은행, 거래처 등이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텐데,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법적 지식 등이 부족해서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체불임금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는 '프로'들과의 싸움이므로 막연히 보호해주는 방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해서 때를 놓치면 안됩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할 일은 체불임금에 대한 사업주로부터의 확인, 노동부 진정(고소), 채무명의 확보, 강제집행(경매 절차 참여), 체당금 신청 등 입니다. 이 중 「체당금」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체당금이란 퇴직한 근로자가 기업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하여 임금채권보장기금이라는 공익기금에서 일정범위의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하여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법원에 의해서 회사의 파산 선고, 화의 개시 결정 등이 있는 「재판상 도산」의 경우에는 비교적 쉽게 체당금을 신청해서 받을 수 있지만, 사업이 폐지 중에 있는 「사실상 도산」의 경우에는 「도산등사실인정 신청」을 해서 인정통지를 받아야 합니다. 이 때 반드시 퇴직한 날의 다음날부터 1년 이내에 신청해야 하고, 사업주는 산재보험의 적용대상[각주:1]이고 당해 사업을 6개월 이상 행하여야 합니다. 신청시에는 사업주가 사업활동을 중지하고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지급이 현저히 곤란하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첨부 합니다. 「도산등사실인정」통지를 받으면, 2년 이내에 대표가 아닌 개개인이 확인신청 및 지급청구를 해야 합니다.

체당금은 체불임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체불임금 중 「최종3월분의 임금(또는 휴업수당) 및 최종 3년분의 퇴직금 중 미지급액」에 국한됩니다.


또한 그 금액도 체불임금 전액이 아닌
퇴직 당시 연령에 따라 상한액을 두고 있고, 상한액을 초과하는 체불임금액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습니다.

퇴직당시 연령

체당금 종류

30세 미만

30세 이상

40세 미만

40세 이상

50세 미만

50세 이상

임금․퇴직금

150만원

240만원

260만원

210만원

휴 업 수 당

105만원

168만원

182만원

147만원

<체당금 상한액 고시>

※ 비고 : 임금과 휴업수당은 1월분, 퇴직금은 1년분을 기준으로 한다.


  1. 1인 이상 사업장이면 산재보험 당연가입대상입니다^^ (단, 공무원, 군인, 선원, 건설업, 농업, 임업 등은 적용제한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by 땀c 2009.09.03 16:15

 

노동법에는 여성과 관련된 법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막상 상담이나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여성 관련법은 별로 활용되지 않고, 노동법 전문가들조차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왜 여성 노동 관련법은 관심에서 멀어지는 걸까?


일단, 여성노동과 관련된 법은 대다수가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직장 내 성희롱 관련법이다. 여성노동자가 대다수인 전화상담원은 일상적으로 고객에 의한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시달린다. 그런데 이전에는 고객에 의한 성희롱은 아예 법에 내용조차 없었고,  최근에 기껏 생긴 것이 「사업주는 “해당 근로자가 고객의 성희롱으로 고충을 호소할 경우”에, “배치전환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일 뿐이다.


둘째로, 법은 있으되 그 법을 활용하기에는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감수해야 할 것이 많다. 여성노동 관련법 중에는 “모성보호”에 대한 내용이 양도 많고 그나마 강제성도 있는 편이다. 출산휴가, 즉 산전후휴가가 대표적인데, 산전후휴가 중에는 아무리 해고사유가 있다고 해도 해고를 절대 할 수 없고, 휴가 종료 후에는 휴가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업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 2항, 제74조 5항).


임신하면 전쟁 시작!

효진씨(가명)가 바로 이런 법을 적용받는 경우였는데, 효진씨는 출산휴가를 신청하는 것부터가 전쟁이었다. 회사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출산휴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거나 임신을 하면 곧바로 회사를 나가곤 했기 때문에 출산휴가를 줄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효진씨가 굴하지 않고 다시 휴가를 신청하자, “구조조정을 계획 중인데, 출산휴가로 「유휴인력」이 되어버리면 정리해고 대상 1순위니까 나중에 험한 꼴 당하지 말고 자진해서 사표제출을 하라.”는 요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여성은 이쯤에서 포기하고 퇴사하거나, 억울해도 꾹 참고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효진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회사가 고용보험법상의 「우선지원대상기업」[각주:1]이기 때문에 출산휴가동안 「산전후휴가급여」[각주:2]90일분을 모두 고용보험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를 회사에 알려주었고, 회사에서는 태도를 바꾸어 휴가를 허락했다.


겨우 아이 낳고 돌아왔더니, 나도 모르게 마트가서 물건 팔란다.

한달 후 출산한 효진씨는,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직원용 인터넷 게시판에 접속했다가 자신이 출산휴가 동안 배치전환되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효진씨는 CS(고객 상담 및 지원) 업무의 경력직으로 채용되었었는데, 대형마트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현장판매직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회사로부터는 어떤 개별 통지도 없었다. 휴가 종료 후 다시 출근한 효진씨에게 회사는 현장판매직으로 근무할 것이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종용했고, 효진씨가 이를 거부하자 효진씨는 거의 매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관리자들에게 불려가 면담을 해야 했다. 면담에 불려다니느라 일할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에 CS 업무를 맡은 다른 동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효진씨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까지 감수해야 했다. 게다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육아휴직을 신청해야 했는데, 이에 회사의 회유와 압박은 더 거세졌다.


맘고생 몸고생 해가며 얻은 승리, 하지만..

결국 효진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회사는 처음에 그녀의 근무태도와 인간관계에 트집을 잡으며 인사이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①출산휴가 중에 개별 통지 없이 배치전환하였고, ②채용시 담당한 업무가 변경되는 것임에도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③현장판매직으로 근무하는 것은 임금, 근로시간 등에 불이익이 있고, ④출산 후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이고, ⑤CS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다른 업무에 배치할 필요성이 없다 는 등의 논리로 반박했다. 효진씨가 이길 가능성이 매우 컸다. 불리하다는 것을 느낀 회사가 원직으로 복직시키고 인사이동을 취소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사건이 종결되고 밖으로 나와서 그녀와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녀가 망설이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요.. 제가 사실 둘째를 가졌거든요. 육아휴직 끝나기 두어 달 전에 출산인데...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해서, 그냥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중이에요....”


둘째 가진 그녀는, 힘들기만 하다.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법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그녀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가 없었다. 법으로는 육아휴직 중에 다시 출산휴가를 쓰고 또 다시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다면 그녀가 손가락질 받을 것이 너무나 뻔했던 것이다.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더라도 권리를 당당하게 누리라고, 누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여기저기 아우성이면서, 출산, 육아, 일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이 사회는 모순덩어리이다. 그나마 효진씨처럼 싸워보지도 못하고 조용히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녀들이 웃을 수 있게 하려면 법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먼저 우리의 모순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월간 노동세상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1.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으로, 고용보험법상의 각종 지원금에서 대기업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2조. ①광업 : 300명 이하 ②제조업 : 500명 이하 ③건설업 : 300명 이하 ④운수․창고 및 통신업 : 300명 이하 ⑤제1호부터 제4호까지 외의 산업 : 100명 이하. 효진씨가 다니는 회사는 대형마트에 물류를 납품하는 유통업체로 직원이 80여명 이었으므로 ⑤에 해당되는 우선지원대상기업이었다. [본문으로]
  2. 산전후휴가는 출산을 전후해서 90일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기간 중 최초 60일은 사업주가 유급으로 보장(통상임금지급)해야 한다. 우선지원대상기업은 통상임금의 90일분을 고용보험에서 지원한다 (최고상한액 월 135만원). [본문으로]
by 땀c 2009.09.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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