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가득 있습니다.

이런 류의 SF에서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공식을 뒤집는다는 바로 그 영화.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러 오지도 않고

미국이 세계를 구하지도 않는다.

주인공이 마냥 정의롭지도 않으며,

선과 악이, 적군도 아군도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도 않다.

국가도, 동족도, 자신을 구하지 않고,

주인공이 역경을 무사히 이겨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하는 장면 역시, 없다.



어라, 이건 모든 공식을 뒤집지만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다.




나와 다른 약자는 배척한다.

무능력하고 가진 것 없으며 나와 다르기까지 한 외계인들에게, 지구인들은 무척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그들을 위해 세금이 쓰이는 것은 아깝지만, 그 세금이 그들을 격리하는데 쓰여서 그나마 다행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20여년이 지나니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외계인들이 먹고 살겠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난폭하게 구는 것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
더 멀리 꺼져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강제 이주 시키기로 한다. 최소한의 합법적인 모양새는 갖추려고 애쓰면서, 외계인들이 저항하면 그들이 먼저 잘못한 것이 되므로 진압하면 된다.

외계인도 본 적 없고, 요하네스버그에도 가본 적 없지만....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면 아닌가.

멀게는 인디언과 흑인을 몰아낸 미국의 역사가 보이지만 우리 가까이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던 장면이다.

자국의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를 나눠가지는 것을 참을 수 없고, 그들 중에는 범죄자도 많기 때문에 가만 놔둘 수 없다고 하며 쫓아내려 한다. 
장애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보기도 안 좋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하면서 수용시설에 감금하고 사회생활을 차단시킨다.
철거민들은 무식하고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고 여기고, 대충 설명해주고 합법적인 모양새를 갖춰 몰아낸다. 저항하면 그들이 먼저 폭력을 쓴 것이므로 바로 진압한다.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약한 자에 대한 지배 계급의 배척과, 합법의 탈을 쓴 공권력의 무자비함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영화는 반 다큐의 형식을 가지고, 인터뷰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 속에는 언젠가의 내 모습도 겹쳐 보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스물스물, 마음이 불편해지게 된다.[각주:1]




무기와 전쟁에 미친 나라

외계인을 관리하는 다국적연합 MNU는 세계 2위의 군수산업체다. 이들이 외계인을 이주시키는 배경에는 그들의 무기를 확보하기 위한 진짜 목적이 숨어 있었다. 어라, 이것도 매우 익숙하다. 미국이 군산복합체로 먹고 사는 나라고, 전쟁을 많이 하는 나라라는 것은 밴드 <크라잉넛>도 알고 있다.[각주:2]

비커스는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외계인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물건"이 되었다.

그래서 살상을 싫어라 하는 비커스에게 억지로 외계인을 눈앞에서 산산조각내게 하는 것이나, 그의 장기와 골수, 혈액 등을 채취하기 위해 산채로 배를 가르는 것이나, 그가 외계인과 섹스하다가 감염되었다고 언론에 퍼뜨리거나 하는 일은 그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 영화가 18세 관람불가가 된 것은 피 튀기는 살상 장면이 난무해서라기보다는, 현실의 잔인함이 너무나 끔찍해서가 아닐까.



외계인의 눈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

외계인의 눈을 깊이 들여다볼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을까. 그들도 배가 고픈 사람이고, 때리면 아프고, 자기 자식 때문에 살고, 인생에 대한 가치를 꿈꾼다. 이것은 매우 충격적이지만,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외계인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살던 고향에서는 꽤나 깊은 지식을 가진 과학자였을 것이다. 그는 외계인이라는 이유로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다. 천생 연구를 즐기는 문인이었을 그는, 동족이 생체실험 당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전쟁을 결심한다.

외계인으로의 변이가 일어나 몸의 반이 변해버린 비커스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던 비커스, 그는 마지막에 무슨 결심을 해서 크리스토퍼가 무사히 가도록 엄호했던 것일까. 그는 자신이 이미 철저히 약자에 들어섰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더 이상 인간도, 백인도, 국가 고위 공무원도 아닌 비주류 외계인.
비주류와 공존하는 것은, 비주류의 심정이 되어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을 거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냥 SF가 아니라 우리가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비주류의 눈물을 보게 하는 사회고발성 영화이다.

이 글은 국민주권시대를 지향하는 생활인 블로거 네트워트 <주권닷컴>으로도 발행하였습니다.


  1. 닐 블롬캠프 감독은, 실제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각한 요하네스버그에서 시민들에게 유색인종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인터뷰를 따고 그것을 외계인에 대한 인터뷰인 것처럼 활용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 가사를 보세요. [본문으로]
by 땀c 2009.10.19 09:30

이메일을 열자,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씨네큐브의 운영을 접으며......

얼마 전에도 "반두비"를 이 곳에서 보고,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씨네큐브를 닫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영화사 백두대간은 2010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씨네큐브 리노베이션 마스터 플랜을 세우는 등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러나, 2015년까지 앞으로 6년간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씨네큐브 운영을 중단해 달라는 흥국생명의 갑작스러운 요청을 받고 영화사 백두대간은 2009년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씨네큐브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역사는 묘하게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1995년 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을 기획하여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예술영화 붐을 일으키고도 건물주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애써 만든 공간을 내주고 나와야 했던 과거의 억울했던 상황이 씨네큐브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게 된 것입니다. 건물 관리 주체의 협조 없이는 극장 운영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씨네큐브의 정상적인 운영과 관객들을 위한 다양하고 적절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흥국생명과 씨네큐브와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어떤 계약관계였을까요. 글 일부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었습니다.

백두대간의 씨네큐브 운영 중단과 관련된 최근의 일부 반응을 보면 그 동안 흥국생명의 씨네큐브 지원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씨네큐브가 흥국생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 것은 건물주 및 파트너에 대한 예우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이지 씨네큐브의 운영 자금과 영화사 백두대간의 운영 비용들을 흥국생명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거나 지원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2000년도와 2001년도에 한시적으로 이루어진 태광그룹 일주문화재단의 재정적 지원이 끝난 후 2002년도부터 백두대간은 태광그룹 또는 흥국생명의 재정적 지원 없이 씨네큐브를 힘들지만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습니다. 백두대간은 극장 임대관리비와 매수표와 영사실 인건비를 제외한 영화수입/홍보마케팅 /극장기획 및 관리/인건경상비 등 모든 재정과 운영 책임을 떠맡고 독자적으로 씨네큐브를 운영해 왔 으며, 수익이 나는 경우에는 흥국생명과 반반씩 배분하고, 적자가 나는 경우 백두대간이 전액 부담하는 조건 하에서 씨네큐브를 지탱해 왔습니다.

아마도 흥국생명은 건물주로서 뿐만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서의 관계도 있었고, 씨네큐브의 수익 중 반에 대한 권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씨네큐브가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모르지만, 수익을 내도 매우 적거나 적자가 아니면 다행인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래서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수익이 거의 돌아오지 않으니 더욱 수익을 낼 수 있는 무엇인가를 대신 하고자, 씨네큐브 운영을 중단시킨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그런데 "상표권"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씨네큐브의 상표권은 극장 개관과 함께 지난 8년 동안 백두대간에서 등록하여 소유하고 있었지만 상표권을 이양해달라는 흥국생명의 요구에 따라 2008년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고 흥국생명에게 이양해준 상태이기에 앞으로 영화사 백두대간은 씨네큐브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9월 1일 이후에 사용되는 씨네큐브라는 상표를 가진 어떠한 극장이나 회사도 영화사 백두대간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제까지의 씨네큐브와는 다른 극장이나 회사라는 것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흥국생명은 <씨네큐브>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군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씨네큐브>란 매우 친숙하고 좋은 이미지인데, 이것을 흥국생명에서 다른 수익 창출을 위해 충분히 이용할 수도 있는 상황은 아닐까요. (역시..."조심스러운" 추측.....;)

아아, 내가 아무 생각 없이 CGV나 롯데시네마를 찾는 동안 씨네큐브에서는 이런 속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ㅠㅠ
씨네큐브와 같이 상업성보다는 좋은 영화 상영에 목적이 있었던 곳이 없었다면, "초대박" 인디영화였던 "워낭소리" 같은 작품도 처음에는 상영기회조차 없었겠지요..
며칠 전 휴가로 내려간 전북 지역에서, 인디영화관이 개관했지만 관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문화생활공간이 부족한 지역에서 참 소중한 공간일텐데, 그 공간의 운명도 매우 걱정됩니다..

온갖 상업성과 자본의 물결 속에서, 좋은 것에 대한 신념과 열정만으로 버텨온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는 그들의 열정에만 기대지 않아야 될텐데 말입니다. 자본은 낮은 곳으로 흘러들어가야, 사회가 소수자를 함께 지탱해줘야 좀 더 살만한 세상, 다양성이 넘치는 세상이 될텐데요. 우리 세금은 이런 곳에 쓰여져야 될텐데 말입니다....


안녕, 씨네큐브. 아트하우스 모모는 좀 더 사랑해줄께. 미안했어요.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 씨너스N아트 씨네큐브광화문
도움말 Daum 지도
by 땀c 2009.08.12 10:55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스포츠, 그리고 국가주의(전문용어로 내쇼날리즘;;). 이 두가지가 결합되면 특히 최악입니다.

그런데 제목만 보고는 썩 좋지 않을법한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느껴지는 흐뭇함에 살짝 당황스러웠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본 영화, 킹콩을 들다가 생각나면서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간단하게라도 기록하고 싶어졌습니다.

1. 배잡고 웃게 되는 유머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두 영화 모두 보는 내내 분장실의 강선생처럼 배를 잡고 웃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국가대표>의 코치역할을 맡은 성동일님과 <킹콩을 들다>의 교감역을 맡은 우현님은 연륜이 느껴져서 더욱....두 영화 모두 주연, 조연, 우정출연 가릴 것 없이 빵빵 터뜨려주십니다.

2. 없어본 사람들의 절박함

버림받아 입양된 기억을 또렷이 가지고 있는 <국가대표>의 Bob(하정우), 밥도 잘 못먹어서 얼굴에 버즘을 가득 피우고 잠잘 곳마저 없는 <킹콩을 들다>의 영자(조안).....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용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 국가대표팀을 꾸리는,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성동일), 동메달을 딴 경기에서 부상을 입고 선수생명도 잃고 심장병마저 얻은 전 역도 선수(이범수)..
왕따, 가난, 약물중독, 아픈 가족 등등 세상의 온갖 짐은 다 떠안고 있는 팀 구성원들.

<킹콩을 들다>의 이범수의 대사가, 어찌 보면 진부한 그 대사가 그래서 그렇게 맘에 콕콕 박혔나봅니다.
내일 너희들이 들어올려야 할 무게는 너희들이 짊어지고온 무게들보단 훨씬 가벼울거다..영자야, 세상위에 우뚝 일어서라..


3.
비인기종목

이지봉(이범수)이 부상을 당해 동메달에 그치던 순간, 사람들은 축구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스키점프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자는 금메달 밭인 쇼트트랙 경기에 더 관심이 많구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치열함을 보여준면서 사람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것도 좋고, 비주류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그 특유의 짜릿함이 있습니다.

4. 진짜 이야기

두 영화 모두 실화에 바탕을 했고, 모두 경이로운 기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영화를 보는 동안 흐뭇함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드는 생각...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보여준 전개코드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비주류가 비주류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세상이 무관심하고 안도와주는 것이 가장 클텐데.. 그들만의 치열함으로 극복하는 것을 칭찬하고, 그것을 "감동실화"로 포장해내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찝찝함이 좀 있습니다.


5. 킹콩을 들다, 가 쪼끔 더 좋은 이유

<킹콩을 들다>를 보면서는 사실 좀 오열(;;)을 했는데요...<김씨표류기>를 보면서 운 것보다는 좀 덜 울었습니다만...^^;;

이지봉 선생님의 모습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카르페 디엠'에 비견되는 'Girls, be ambitious!' 
소년이 아닌, 소녀들에게 야망을 가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 참, 맘을 울리더군요.

학생들이 책상에 올라가서 "Captain! Oh my captain!"을 외쳤던 것만치 뜨거운 헌사....두들겨 맞아가면서 가슴팍에 "이지봉" 을 새기고 경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가진 것 없는 자신을 알아주었던 사람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부당한 것에 대한 투쟁까지 느껴져서, 안 울 수가 없었습니다.


진솔한 비주류의 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에게는 <킹콩을 들다>를,
한여름에 더 좋을 시원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에게는 <국가대표>를 추천합니다~
by 땀c 2009.08.11 12:33

그의 "죽음" 이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공식적인 표현은 "서거"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대통령으로서 존경하기보다는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인정"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내 벗들은, 故 노무현이 대통령을 하던 시절에도 싸웠습니다.
왼쪽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 하는 그에게 너무나 실망을 했고, 그래서 더 화가 났던 적도 많았습니다.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확대, 한미 FTA, 평택의 야만 등등,
아, 여명의 황새울을 저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되는 것을 지켜보며, 가슴이 찢어지고 발을 동동 굴렀던 일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와 내 벗들은 결코 그를 동의하거나 존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알게 되었을 때 드는 이 복잡한 감정은 무엇일까요.

멍하고, 허탈하고, 소름이 돋고, 뭔가 가슴 깊은 곳에서 농축되어 가라앉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서 투쟁했던 내 벗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자신이 눈물이 나는 것을 약간 어색해하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철거민을 향한 무자비한 진압,
택배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외면,
진실규명 보다는 조롱과 매장에 가까웠던 수사,

최소한의 인권의식도 없는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용산 참사가, 택배 노동자 박종태 열사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생겨났습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몇 번이나 근조를 가슴에 새겼는지, 메신저 대화명으로 검은 리본을 달았는지.....
죽음이 일상에 들어오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들은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돌아볼 틈도 없이, 자신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는 것을 조금도 숨기려하지 않고
또 다시 시청광장을 봉쇄했습니다.

약하고 작은 목소리들이야 뭐라 떠들든,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은 절대 뺏기지 않으려는,
천박하고 추악한 이기심. 뻔뻔함.

"인권"이라는 접근까지 가지 않더라도
약한 자들에 대한 "연민"이라는 감정만 그들에게 있어도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


오지은의 "작은 자유"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 집 안마당에서 걸을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했던 전직 대통령이 아프게 생각납니다.

작고, 별 것 아닌 자유가,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내가 동의하지 않는 당신까지도 포함하여,
저들이 그런 자유를 더이상 빼앗아가지 않기를.


오지은 [작은 자유]

너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쓸데없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
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아름다운 것들을 같이 볼 수 있다면 좋겠네
작은 자유가 너의 손안에 있기를
작은 자유가 너와 나의 손안에 있기를


너의 미소를 오늘도 볼 수가 있다면.
내일도 모레도 계속 볼 수 있다면 좋겠네
니가 꿈을 계속 꾼다면 좋겠네.
황당한 꿈이라고 해도 꿀 수 있다면 좋겠네

너와 나는 얼굴을 모른다 하여도,
그래도 같이 달콤한 꿈을 꾼다면 좋겠네

지구라는 반짝이는 작은 별에서
아무도 죽임을 당하지 않길

지금 너는 먼 하늘아래 있지만
그래도 같은 하늘아래 니가 조금 더 행복하길
by 땀c 2009.05.25 19:16



아무래도 이 사람, 이해준 감독이라는 사람,
다른 사람의 아픔에
특히, 세상 사람들이 잘 돌아보지 않는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단지 공감만이 아니라,
그들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아기자기한 유머는 담백하기 그지없고, 
"알아, 난 못생긴 여자가 될 거야."  라는 가슴을 찌르는 동구의 말,
"앞으로 니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힘들지 몰라. 할 수 있겠니?"라고 같이 울어주던 엄마의 눈빛,
"난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 라고, 편견과 무지를 향해 조용하면서도 강하게 항변하던 동구의 모습 등은
이 세상의 동구들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표현해낼 수 없는 거라고 느꼈었습니다.


그리고, 표류하고 있는 김씨들을 사랑하기에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습니다.  



1. 남자 김씨 이야기



절체절명의 순간에 콜센터 직원의 전화를 모질게 끊어버리지도 못하는, 착해빠진 남자 김씨는
성실하게 살았지만 구조조정 당하고, 무능하다며 버림받고, (한달간) 무이자 대부업체에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맞고
그만 희망을 잃어버립니다.


죽는 것에도 "무능"해서 어쩌다 머무르게 된 한강의 밤섬.....
다시 죽음을 시도하던 그는 죽기 직전 느낀 변의와 허기에, 아마도 살고 싶다는 자신을 느끼고 엉엉 울며, 그렇게 다시 살아갑니다..

주택청약 7년만에 처음으로 자기만의 공간, 오리보트 집도 가져보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심심함, 한없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그에게 무능하다고 할 세상 사람들은 저만치 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짜파게티 봉지에서 그는 "희망"이라는 글자를 발견합니다.
짜장면이 그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미칠 듯이 땡기는 식욕으로만 보였는데,
그는 그것을 '희망'으로 삼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마침내 해냈습니다.


그가 마침내 자신의 손으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오래 걸려 만들어진 짜장면을 먹는 순간
그를 무능하다고 말했던 세상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어쩌면 여전히 그를 무능하다고, 바보 같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쉽게, 더 많이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 그는 세상의 기준으로는 여전히 무능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자신이 어떤 일을 해냈는지 알고 있었고, 여자 김씨도 그걸 알고 있었고, 그것을 스크린을 빌어 같이 지켜본 사람들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 짜장면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는 여자김씨의 세계를 변화시키기까지 했습니다.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것은, 토익 900점을 맞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의 모습에 내 심장도 따라 뛰는 것이 당연합니다.


2. 여자 김씨 이야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노랗게 물들었던 머리는 길다란 머리 끝에 남아 있고,
몇 년에 걸쳐서 자란 검고 부스스한 머리
까맣고 깡마른 손가락...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질서가 있었습니다. 견고해보이지만, 사실 무척 불안해보입니다.


그 질서 안에, 누군가와 소통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햇빛이, 어두운 방안에 조금씩 퍼지듯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엄마에게
문자 대신 방문을 열고
"옥수수를 키워볼까 해." 라고
조심조심 말을 건네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엄마.....
그 덕분에 그녀에게도 옥수수라는 희망이 생겼고,
그녀의 엄마에게도 희망이 옮아갔습니다.
아아, 이 순간에도 저는 눈물을 훔칩니다.



그녀는, 남자 김씨에게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을까요.
그녀가 다른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 사진을 보내지 않아서, 지켜보던 나는 너무나 안도했지만
그들에게는 고통과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3.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폭우와 비바람이 몰아치고 난 다음 날 남자 김씨의 상처가, 너무나 쓰립니다.

요만큼만, 딱 요만큼만 원했었는데, 이것마저 안되냐고

그가 소리치는 게 너무나 아픕니다. 

없는 사람들로부터, 그나마 가진 것마저도 마지막 조각까지 가져가버리고야 마는 잔인한 이 세계의 속성...

그냥 조용히 평화롭게 살고 싶었던 그 곳 밤섬에서마저도 쫓겨나는 그를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롭습니다.

여자 김씨는 그를 위로하고 싶어서,

그리고 자기 자신도 위로가 너무나 필요해서

남자 김씨 앞으로 달려갑니다.

그렇게 처절하고 용기있는 뜀박질이 있을까요.

그들의 상처가 아파서 울다가,
그들의 용기에 벅차서 울고,
그들의 만남이 기뻐서 또 울고,
그들로부터 위로 받아서 계속 울음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울다 보니 마음이 씻겨져서, 기분이 너무 좋아졌어요....
이렇게 따뜻하고, 예쁜 영화가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by 땀c 2009.05.23 02:24
비정규직법이 통과되던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이라고 온갖 생색을 내던 그들에게 과연 양심은 있는 것일까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던 차별시정제도, 시행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차별이 인정된 것은 단 3건.

그나마 인정되더라도 시정 명령을 따른 것은 단 한 사례도 없으며,
정규직과의 차별이 1년이 있었든 2년이 있었든 간에 무조건 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전까지만 차별로 인정하고,
파견노동자는 실제로 돈을 쥐고 있는 사용사업주를 대상으로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없는 제도....

어떻게 하면 차별을 시정할 수 없게 만들까를 지독히도 고민한 듯 합니다.

 

파견, 하청 노동자들이 법으로 권리 구제를 받기란 정말 꿈같은 일입니다.

원청 사용자는 사용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온갖 장치를 해놓아서, 불법파견으로 인정받기가 일단 어려운데다가
불법파견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원청이 하청과 계약을 해지하고 하청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폐업을 해버리고..
원청은 배째고 과태료만 내면 그 뿐이며...(고용간주가 고용의무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게 아니어도 법으로 싸우는 동안 계약기간이 만료되서 계약은 해지되어 버립니다.


비정규직법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던 노동부와 경총 등 사용자 집단들..

비정규법이라며 이랜드를 비롯한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피 토하면서 외칠 때, 그렇게 당당하게 "보호"해준다더니,

자, 법으로 보호받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여기, 비정규"보호"법으로 이겼음에도 죄책감에 가슴 아파하며 단식에 들어가는 한 노무사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 비정규직 보호법 '유명무실'
                   - 사내하청 임금차별 시정명령, 온도차


단식을 시작한 지 이제 2일째입니다.

이제 7일 남았습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차별시정신청을 한 2명의 비정규직노동자가 실업자가 될 날이 이제 7일 남았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금호타이어(주)에 불법파견근로를 한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위임을 받아 진정과 차별시정신청을 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정부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규정이라고 이야기할 때에도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파견근로가 2년이 경과하더라도 직접 고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파견노동자가 차별시정신청을 하면 계약해지나 용역해지로 실업자가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2명의 파견노동자의 위임을 받아 사건을 진행하였습니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그래도 노동부와 지방노동위원회가 그리고 금호타이어(주)가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법 취지에 따라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에 믿음은 아니 저에 바램은 역시나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7월에 금호타이어(주) 곡성공장에서 불법파견노동을 하고 있는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로부터 불법파견에 대한 위임을 받아 진행한 지 9개월이 경과하였습니다. 광주지방노동청은 금호타이어(주)에 직접 고용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금호타이어(주) 정규직과의 차별을 시정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도 시정되지 못한 체 차별시정 신청한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4. 20.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해고통지만이 있었습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해 불법파견근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직접 고용과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라는 명령은 허공 속에 메아리칠 뿐 2명의 비정규직은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전문가로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선의 법이라는 정부의 이야기가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기에 2명의 비정규직에게 억울하더라도 참고 지내라고 이야기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정과 차별시정신청을 하여 결국 실업자로 만든 그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

이제 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지금 제가 겪고 있는 단식의 고통보다 몇백배 몇천배 더 클 것입니다. 제가 이들에게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을 믿도록 한 것에 비하면 제 단식의 고통은 제가 느끼는 죄책감의 일부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제 정부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간착취를 합법적으로 보호하는 사용자만을 위한 법임을 인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사용자만을 위한 정부임을 인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두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까지 저에 단식은 계속될 것입니다.

2009. 4. 14.

공인노무사 이병훈

by 땀c 2009.04.15 18:27

 

이제 궁금한 것이 생겨도 네이버에 절대 물어보지 않게 되었지만, 네이버에 발길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두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인들의 블로그가 아직 네이버에 여럿 있다는 것이고....("댓글 남기려면 로그인"이라고 설정되어 있을 때는 정말 슬퍼요 흑)
다른 하나는....바로 "웹툰"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여타 군소(?) 포털과는 비교되지도 않게 양질의 웹툰 컨텐츠도 많고 선택의 폭도 넓지요. 포털이 가지고 있는 막강 힘...에 빌붙지 않기란, 거기로부터 자유롭기란, 웬만큼 의식하지 않고는 안되는 것이더군요...ㅡㅜ
네이버에서 제가 특히 즐겨보는 웹툰은, "세개의 시간",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 "탐구생활 3", 그리고 "어서오세요 305호에" 입니다. 다들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도 무지 재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그 중 "305호"는 볼 때마다 그 재미 뿐 아니라 메가쇼킹 작가 어법으로 "염통을 후끈거리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오늘 올라온 오윤성과 누나의 대화를 보고, 전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오윤성의 누나는 동생이 이반(동성애자를 일컫는 호칭입니다)인 것을 알고, 동생을 심하게 질책하며 동생이 여자를 사귀면 변할 것이라고 믿고 친구를 소개시켜주려고 합니다. 
너의 인생은 암흑으로 떨어질거야, 평생 그렇게 어둠 속에서 살고 싶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윤성은,얼굴도 모르는 남들 믿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누나를 믿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홈은 정현에게, 자신이라면 절대로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윤성이 매우 힘들거라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가족이라니"

가족에게 커밍아웃한다는 것은,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장 나중까지도,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이 되어준다는 "가족"이, 영영 남처럼 되어버린 다는 것은...그 고통은 어떤 것일까요. 가족과 그다지 끈끈한 애정을 느껴보지 못한 저조차도,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상처와 외로움으로 온 몸이 덜덜 떨릴 것 같아요.
그건...혈육의 배신이어서 라기보다는..마치...내 존재에 대한 중대하고도 근본적인 부정을 당하는 그런 것일겁니다. 내가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러도, 내 가족은 구치소로, 교도소로 면회를 오고 돌봐주기 마련입니다. 그러나....내가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입니다.  

그 가족의 입장은..어떤 것일까요. 가까이 지내고 인생을 공유하는 폭이 깊을 수록, 그 사람의 인생을 그 사람에게만 맡기지 못하게 됩니다. 내 삶이 연결되어 있기도 하니까요...그리고 그 사람의 고통을 모른 척하고 살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랑하기도 하니까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토론을 할 때면, "머리로는 알겠으나, 내 가족이 그런다면 인정 못 할 거 같다"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그건, 정말 솔직한 심정인 것이고, 그에게 뭐라고 비난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그런 생각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니까요.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성애자들이, 다른 선택은 불가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오윤성도, 그 누나도, 그들이 안고 있는 삶의 무게가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홈과 오윤성의 차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나를 떠난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입니다...그 사람과 평생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나를 떠날만한 사실은 알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이 홈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소중한 친구인 상중에게도 가능한한 알리지 않으려 노력했고, 가족에게는 철저히 남모를 노력을 하며, 밝히지 않고 지냅니다. 이성애자인 척, 적극적으로 설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윤성은, 그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족이 자신을 인정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싸웁니다. 나는 여자를 사귄다고 해서 변하지 않을 거라고. 난 그렇게 사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끊임없이 알리며 가족과 인생에 싸움을 겁니다.

존재를 부정당한다는 것, 오윤성은 그러한 것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합니다. 난 이렇게 살고 있어. 날 다른 사람으로 보지말고 억지로 바꾸려고도 하지 말아. 지치지도 않고 외칩니다. 그러나 속은 너덜너덜해져 가고 있겠죠. 그래서 홈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조만간, 홈과 오윤성은 만나게 되겠죠. 오윤성이 겪은 것들을 이미 겪었을 홈의 이야기가 끄집어내지는 것이 좀 두렵기도 하지만, 홈이 오윤성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토닥토닥을 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홈은 자신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현명한 사람입니다. 정면돌파하지 않고도 나 자신을 사랑하며,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을것만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일지, 조만간 알게 되겠죠?
by 땀c 2008.10.23 17:20
홍석천씨가 조카를 입양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린 것이, 다시 입담에 오르고 있다. 포털의 관련 기사에는 역시나 "이건 아니지", "그 아이들의 미래는?","우리 사회가 동성애자에게 너무 관대하다." 뭐 이런 이야기가 열에 아홉이다. (관련기사)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꾼!)들은 홍석천씩ㅏ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애들이 "안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안 좋은 영향이란 게 과연 무엇인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어서? 애들을 별로 안 좋아해서? 폭력적이거나 도박, 알콜, 약 등에 빠져 있는가?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기 때문에?

홍석천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조카들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게이 삼촌과 살고 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이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조카들이 이해할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가족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은 나에게 책임감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다. 책임감을 갖고 행복하게 키우겠다"
라고 .

난, 그 조카들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아이들이 상처를 받거나 좌절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홍석천 삼촌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편협한 가족문화와 저열한 인권의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홍석천 삼촌, 아니 아버지는, 세상이 얼마나 비열한가를 잘 알고 있고 단단한 사람이므로 그 아이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단단하게 클 수 있으리라 믿는다.

홍석천씨가 커밍아웃했을 때, 그를 "뽀뽀뽀"에서 밀어낸 자들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을 놓친 것을 심히 아쉬워해야 하는 것이다!!

홍석천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보라.



홍석천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오로지 "이성애자"로 평범하고 튀지 않게 살아가기. 세상이 정해놓은 틀에 절대 반항하지 않기....
이것이 "상대방에게 상처나 피해를 주지 않고 인간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지내기"보다 절대 우위의 명제인 것인가. 나는 정말 모르겠다.

아이를 잘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그들이 어떤 폭력성과 무책임함을 지녔든, 일단 아빠, 엄마, (입양이 아닌) 친자식, 으로 이루어져 있기만 하면 80점은 먹고 들어가니 얼마나 이상한 세상인가.
세상이 정해놓은 형태만 갖추지 못했을 뿐, "가족"이라는 것이 갖춰야 할 다른 모든 것들, 배려, 이해, 포용, 사랑, 책임, 등등을 가진 다른 형태의 가족은 일단 80점은 깎이고 보는 일이니 이상하지 아니한가.

영화 "가족의 탄생"과 같은 가족이 이 땅에 많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세 여자가 서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자꾸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홍석천씨는 세상을 1인치쯤 바꿔놓았다. 온 몸으로. 자신의 모든 것과 온 생을 걸어서.
그리고 이제 아이들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도전(이 소박한 소망이 도전이 되어야 하는 세상이 무섭다.)하는 그에게 무한 애정과 감사, 존경을 보낸다.



by 땀c 2008.08.27 12:15

뮤지컬이란 왠지 멀게 느껴지지만, 이렇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공연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없는 살림에 두 번 보았고, 한 번 더볼까 고민중입니다.  빚내서라도 꼭 보라고 주변인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이제 원더스페이스 공연은 8월 17일이면 끝나지만, 연장도 하고 공연은 계속 될 것~!!

빨래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서울이라는 무정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물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원도에서 올라온 서점 직원 나영은 반지하에 살고, 몽골리안인 솔롱고는 옥탑방에 삽니다. 이들은 빨래를 널면서 만나고, 서로의 아픔도 알게 됩니다.

공연 줄거리가 매우 어두울 것 같아도, 보면서는 내내 웃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한참 웃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있어서 웃으면서 울고, 울면서 웃고.....

또한 우리네 삶의 구석구석이 세심하게 살아 있습니다. 나영이 이사하면서 주인 할머니와 잔금을 치르고 전기장판으로 타박받는 장면의 리얼함이 매우 친근합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 몇개를 정리해봅니다.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부분이 좀 있습니다.)


맥주에는 맥반석 오징어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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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홀릭이 되어버린 저는 맥반석 오징어와 제주 똥돼지만 보면 술이 땡겨 참을 수가 없습니다.
빨래의 배우들은 애주가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술 먹는 장면장면이 그렇게 리얼하고 짝짝 붙거든요 ㅋㅋ

오늘도 하루를 견뎌내는 건, 부질없는 희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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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이 끝나기 전, 솔롱고는 밀린 월급을 떼이고, 비를 맞으며 노래합니다. 비오는 날  마을버스를 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공감으로 코 끝이 시큰해집니다.. 비오는 날이면 회사가기가 죽어도 싫다는 회사원, 남편이 죽고 마을버스 운전을 시작한 기사, 꿈도 기억나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으면서, 부질없는 희망 때문에 살아간다고 노래할 때......나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 중얼거리게 됩니다.

비오는 날이면 외롭고 쓸쓸한 마음

우산 하나 받쳐 들고 또 하루를 살아가요

빨래를 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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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할머니에게는 비밀이 있습니다. "반토막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마흔 넘은 딸을 향한 모진 말을 듣고는 노래합니다. 내 딸 둘이는, 살아있으니 냄새도 풍기고, 기저귀 빨래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잉께 암시랑토 안허다"라고.....

참는 게 지겹지도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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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의 동료가 정당한 문제제기를 이유로 해고를 당합니다. 나영은 동료의 해고에 항의하다가, 파주 창고로 인사 통지를 받습니다. 동료들이 나영에게 이야기 합니다. "조금만 참지 그랬어~" "그래요 조금만 참지~"
나영의 분노에 찬 말과 이어지는 암전이 가슴을 쿵 내려앉게 합니다.
"참는 게 지겹지도 않니?"


가슴에서 막 불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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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가 무너집니다. 가슴을 움켜쥐고, 너무나 화가 나서 눈물을 멈추지 못합니다.
위로를 받고도 울음은 한동안 멈추지를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주인 할머니와 희정엄마의 위로로, 탁탁 터는 빨래의 물방울을 맞으며 나영이는 웃을 수 있습니다.
아픔을 겪어본, 같은 빚깔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인생의 무게를 뛰어넘으며 토닥토닥 위로해줍니다. 그리고 "참으라"고 이야기 하지 않고, "힘을 내야 다시 따지러 가지!"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제가 빨래를 반복해서 보고 싶은 이유가 되는, 바로 그 장면입니다...... 아, 내 아픔도 같은 빚깔이었군요. 저도 엉엉 울면서, 나영이와 같이 위로받았습니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니 눈물도 마를거야
자 힘을 내

뭘해야 할지 모를만큼 슬플 땐 난 빨래를 해
사랑이 남아 있는 나를 돌아보지
살아갈 힘이 남아있는 우릴 돌아보지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지개라는 이름을 가진 솔롱고.
'짧게 웃고, 길게 우는 사랑 준 사람'이라며 애틋하게 바라보던 나영과, 이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무지개 같은 사람이어서, 나영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인 까닭입니다.

낫심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으로 강제출국되었고, 솔롱고에게도 비슷한 험난한 미래가 예상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공연에서처럼 희망찬 것만은 아니니까요.
나영 또한 지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녀의  눈물바람도 아마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래서 너무나 사랑스럽고, 저를 웃게 했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빨래를 계속 하고, "얼룩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리고" 또 하루를 살아갈 것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도, 영등포의 반지하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영이가 살고 있는 방처럼, 높이도 모양도 제각각인 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나영이 말처럼 서울 사람들 참 못됐다고 이야기할만한 방이 서울에는 너무나 많아요. 전에는 그런 현실이 참 처량하기만 했는데......이제는 그런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빨래를 볼 때마다  살짝 웃고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씩씩한 뮤지컬 빨래, 오래 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작뮤지컬도 더불어 발전하기를.....
by 땀c 2008.08.07 18:28
공정택이 그랬다는군요. "학생들을 사랑했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기사참조)
참 잘 짖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분하고 원통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이 왜 문제인지,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풀기 어려우면서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문제는 부동산교육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문제가 풀기 어려운 이유는, 인간의 이기심기득권 때문입니다. 그 누구라도 건드리는 순간, 손톱으로 할퀴어지게 되는...

이번에도 그 이기심 앞에, 매우 아프게 할퀴어졌습니다. 쓰라립니다.

누군가는 전셋값이 올라 더 작은 방으로 전전하고, 뉴타운 개발 때문에 살던 터전에서 내쫒기던 말던... 그런 이기심과 무심함이 부동산 문제를 성역으로 만듭니다.

누군가는 학원 갈 돈이 없고, 학교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받을 수 없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그런 현실은 나 몰라라.....

그저 내 자식이 돈 많은 집에 태어났으니, 어쩔거야...
짝꿍에게 노트는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 하고, 옆집아이보다 1등이라도 더 올라야 하니 새벽 2시까지는 경기도에 있는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고...
공정택 교육감 님은 학원비 상한제나 시간 규제 이런 것은 아주우 자유롭게 풀어주시니, 그 분이 꼭 당선되어야 한다,
강남 8학군 교육환경을 위해 임대아파트 따위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아주는 지혜롭고 든든한 분이니 뽑아드려야 한다,
자사고가 만들어져서 우리아이가 거기 가기 위해서는 그 분이 꼭 당선되어야 한다,
애들에게 시험에 잘 나오지도 않는 현대사 따위나 가르치는 전교조가 당선되는 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런 이기심이 강남 엄마들, 서초 엄마들, 송파 엄마들 손잡고 투표하러 가게 만들었습니다..꽃꽂이, 수영할 시간 조금만 쪼개서 투표하면 되니까 옆집 사람 조직해서 투표하였습니다.
(교육감 선거 투개표 현황 참조)

아마,

우리 아이들 잠 자고 숨 쉬게 하고 싶은 시민들은, 새벽 6시 잠 쫓아가며 출근 시간 약간 늦어가며 투표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살기 고단해서, 또 선거야, 교육감이 바뀌면 뭐가 달라지나, 이렇게 지쳐있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투표하러 가기에는.... 선관위의 방해공작이 심했습니다. 방해공작. 저는 감히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들은 직무유기를 넘어, 방해를 했습니다. 그들이 공정택 교육감 당선의 일등공신입니다.

여름 휴가의 한복판에 선거일을 잡아놓고, 홍보는 최소한에 그쳤습니다.
휴가일을 미리 잡아 놓은 사람이 부재자 투표를 뒤늦게 알았을 때는 짧디 짧은 신청기간이 이미 지난 뒤였습니다.
공보물, 못 받았다는 사람 허다합니다.
투표소, 어딘지 찾느라 고생했다는 사람도 허다합니다.
겨우 찾은 투표소, 투표소인지 알기도 어려울 정도로 표시도 부실합니다.
게다가 그 투표소는 교회이거나 경로당인 경우도 부지기수.
1달 전에 행정주소가 바뀌어서 투표소 검색에 내가 사는 동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그 사실을 선거 전 날 밤에, 당일에 알게 된 사람이 투표하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


너무나 슬프고, 화가 나지만...
이것이 내가 발딛고 사는 이 땅의 현실입니다.
기득권은 기득권입니다.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기득권을 깨뜨린다는 것은 몇 달간의 힘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우리는 더 오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길고 은근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더위가 식지 않는 밤..... 이 말이 다시 떠오르네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나아갑시다. 앞으로.

애쓰셨던 분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by 땀c 2008.07.3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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